Pure Photography? (Nikon Df 출시)
사진 : 니콘USA홈페이지 (http://nikondf.nikonusa.com/df.html)
11월 5일, 니콘 Df가 세상에 공개되었다. 여섯번의 티저영상을 통해 차츰차츰 바디의 모습이 공개 될때마다 필름카메라 스타일의 레트로 바디를 원했던 내 가슴도 두근반세근반쿵쾅쿵쾅쾅. 게다가 최근 아이슬란드 여행을 통해 투바디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었던지라(물론 당장 투바디를 운용할 자금도, 능력도 쥐뿔도 없지만) 나는 Df에 상당한 기대감을 품고 있었다. 이쯤에서 먼저 유튜브에 올라온 니콘 Df 티저영상을 한 번 보도록 하자.
6개의 티저영상 중 마지막, 6번째 영상
위의 여섯번째 티저광고는 앞선 다섯개의 Df 티저 영상들을 모두 짬뽕해놓은 것이다. 광고는 정말 느낌있게 잘만들었다만, 나는 영상에서 바디의 다이얼과 후면부가 살짝 공개되는 순간 Df에 대한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개인적으로 내가 원했던 필카 스타일의 레트로 디자인은 바로 이런 스타일이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남대문에서 보자마자 바로 질렀던 니콘 Fm2와 mf 50.4. 이들이야말로 진정한 필름 내음 풀풀 풍기는 바디가 아닐까. 이에 비하면 새로나온 Df는 뭔가 짜부가 된 듯 통통하다. 물론 '디지털화(?)' 시키기 위해선 어쩔 수 없었겠지만, 나로서는 디자인이 상당히 아쉬울따름이다.
사진 : 니콘USA홈페이지 (http://nikondf.nikonusa.com/df.html)
공개된 Df 스펙은 다음과 같다. 1620만 화소 FX 풀프레임 cmos센서, 엑스피드3엔진, 시야율 100%, 92만화소LCD 등등등... 전반적인 니콘 유저들의 반응은 가격대비 성능이 별로다는 쪽이다. 아직 사진에 대해 쥐뿔도 모르는 내게는 이정도 스펙만 해도 충분히 차고 넘치지만, 가격이 무려 2800불에(50.8까지 하면 3천불...) 달하는 것에 비하면 다소 부족한 스펙임은 분명한 듯하다.
사진 : 니콘이미징코리아 홈페이지 (http://www.nikon-image.co.kr/product/product_view.jsp#)
서론이 길었다. 무튼 오늘의 핵심포인트는 Df가 좋냐 나쁘냐가 아니라 'Pure Photography'다. 약 일주일 전에 유튜브에서 Df의 티저영상을 처음 보자마자 든 생각은 '왜 니콘은 Df 광고에 'Pure Photography'란 문구를 내세웠을까?'는 것이었다. '필름시절의 감성을 자극하는 카메라'와 'Pure'는 도대체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얼마 전 더블린 시내 현상소에 처음으로 흑백필름을 맡기는데 점원이 흑백은 다른 필름보다 특별해서 현상료가 더 비싸고 기간도 두배로 걸린다고 했다. 현상료로 평소보다 5유로나 더 주고 가게를 나오는데 '나는 대체 왜 이렇게 비싼 돈 들여가며 흑백을 찍었을까? 그냥 칼라필름으로 찍을 걸 그랬나...?'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갔다. 기억을 감아보니, 처음으로 Fm2에 흑백필름을 넣으면서 나는 무언가 '특별한'사진, '진짜 사진 다운 사진'을 갈망했었고 그날엔 평소와는 다르게 50.4가 아니라 85.4d 렌즈를 달고 길로 나섰다. 흑백으로 사진을 담으면 보다 사진다운 사진이 나올 것이라 생각했었고 당시의 나는 그러한 '사진다운 사진', 즉 'pure한 사진'을 "흑백으로 담은 따뜻한 순간"으로 정의내렸던 것이다. 물론 'pure한 photograpy란 흑백으로 담은 사진일 것이다'는 당시의 나만의 허접한 정의가 100% 정답이 될 수는 없다. 그러나 여기서 내가 주목하고 싶은 것은 적어도 분명 나에게 만큼은 필름사진이 '사진에 있어 pure한 것이 무엇이냐'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데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이제 갓 10롤 정도의 필름을 찍어본 필름사진 초짜지만, Fm2를 목에 메고 거리로 나설때면 나는 셔터를 누름에 보다 신중해진다. '서른 여섯장'이라는 제한된 숫자 때문인지, 셔터 다이얼과 조리개링을 돌리는 그 순간, 피사체에 초점을 맞추는 짧으면 짧고 길면 길다고 할 수 있는 그 순간에 평소보다 많은 생각들을 하게되는 것 같다. 특히 내가 '이것을 왜 찍으려고 하는지', '이 프레임에 담고자 하는 순간은 어떤 순간인지' 그리고 '내가 이 순간을 어떻게 기억하길 원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많이하게 된다. 물론 이러한 생각들이 언제나 똑 부러지는 정답을 내놓는 것은 아니다. 필카를 쥐어도 여전히 나는 내가 원하는 진정한 순간이 무엇인지에 대한 명쾌한 해답없이 셔터를 누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적어도 디지털 바디를 쥐었을 때보다는 그 해답을 찾고자하는 노력을 많이 하게 됨은 분명하다.
필름바디를 기반으로 디자인 된 Df, 이 바디는 classic의 감성을 자극할 뿐만 아니라 동시에 'Pure Photography가 무엇일지에 대한 의문을 던지는데 충분한 역할을 하고 있다. 비록 디자인때문에 썩 맘에 드는 녀석은 아니지만, Df가 내준 앞으로의 사진생활에 중요한 두 과제를 항상 염두에 두도록 노력해야겠다.
첫째, 무엇이 pure한 사진인지에 대한 나만의 해답을 내려볼 것.
둘째, 필카를 쥐든 디지털바디를 쥐든, 더 생각하고 셔터를 누를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