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 여행 3일차 - 세계 최고의 문화도시, 빈(Wien)으로
11월 19일, 부다페스트에서 빈으로 넘어가는 레일젯 열차가 오전 6시 출발인 관계로 우린 새벽 4시쯤 부스스 일어나 후딱 씻고 부다페스트 켈레티역으로 향했다. 열차를 예약할 때 이코노미쪽 좌석이 전부 매진이라 어쩔 수 없이 1등석 표로 끊었는데, 가격은 1인당 30유로, 한국돈으로 서울에서 부산가는 KTX 일반석 정도의 금액이었다.
새벽 6시경 켈레티역의 모습, 우리를 빈으로 태워다 줄 열차가 뙇 서있다.
레일젯 1등석의 모습, 이코노미 좌석보다 2배가량 비쌌지만 좌석이 상당히 넓고 편하다. 무엇보다 자리마다 콘센트가 있다는게 가장 맘에 들었다.
기차는 약 3시간을 달려 빈 서역에 도착했다. 금번 사진여행의 테마가 야경과 인물임을 어찌 아셨는지, 맑은날 따윈 주지 않겠다는 못된 심보의 하늘은 오늘도 어김없이 우중충한 회색빛만을 선사했고, 이에 맞서 나는 모든 주경을 그냥 흑백으로 다 담어 버리겠다는 전략을 택했지만 이거 한장만 흑백으로 담고 땡.
빈 서역에서 걸어서 약 3분거리에 위치한 우리의 숙소 '움밧 더 라운지'. 위치도 좋고, 값도 저렴하고, 스탭들도 친절하고, 방도 넓고, 쾌적하고, 라운지도 좋고, 지하에 바도 있고, 뭣보다 우리가 한국인이라고 하니 이렇게 한국어로 적힌 간편 관광안내종이(?)까지 주는 센스(심지어 양면에다가 상당히 괜찮은 코스로 잘 짜여진 것이었음). 중국어, 일본어는 봤어도 이렇게 한국어로 이쁘게 프린트까지 해서 나눠주는 곳은 처음봤다.
상당히 이른 시간에 빈에 도착한 관계로 아직 체크인 시간이 되지 않았기에, 우린 리셉션에 잠깐 짐을 맡기고 라운지에 앉아 오늘의 코스를 짜기 시작했다. 쇤부룬 궁전 - 오페라하우스 및 무지크페라인에 들러 내일 공연 알아보기 - 슈니첼 먹기 - 게른트너 거리 및 성슈테판성당 탐방 - 크리스마켓 - 시내 야경 촬영으로 일정을 정하고 숙소를 나와 쇤부룬 궁전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쇤부룬 궁전을 향하는 길에 있던 이름모를 공원의 풍경, 니콘 필름카메라 Fm2와 85.4d 렌즈로 한 번 담아봤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빈을 비롯한 오스트리아 전역에는 엄청난 숫자의 개들이 매우 평화롭게 잘 살아가는 듯 해 보였다. 개의 스케일 자체도 한국과는 다를 뿐더러 어디서나 개를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부다페스트의 화려한 왕궁을 보고 와서인지 쇤부룬 궁전은 생각보다 매우 별로였다. 게다가 궁전 한복판에 대대적인 공사가 진행중이었기에 우린 정문에서 바로 발걸음을 돌렸다. 사진은 궁전 정문에 있던 모형.
궁전에서 나오는 길에 또 한국어 발견!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쿨하게 시내고 고고고
궁전 앞 지하철 정류장에서 4호선을 타고 여섯역 정도만 가면 시내 중심부에 위치한 Kalsplatz역에 내릴 수 있다. 이 역에서 Musikverein까지는 걸어서 딱 2분. 오기 전에 혹여나 빈 필하모닉의 공연을 볼 수 있을까 해서 인터넷 검색을 해봤지만 아쉽게도 빈필은 이 날 해외원정을 나가있었고, 무지크페라인 앞에는 밤에 있을 공연을 위해 연습하고 있는 듯한 모습의 아시아인들로 가득했다.
무지크페라인에서 게른트너 거리로 향하는 길에 국립오페라하우스가 위치해 있다. 성슈테판대성당과 함께 빈을 대표하는 건축물 중 하나라는데, 내가 워낙 막눈이라 그런가 건물의 외관만으론 별다른 감흥이 일지 않았다. 어차피 밤에 야경을 찍으러 다시 올 것이기에 우린 내일 있을 오페라의 스탠딩 티켓 큐가 어딘지만 확인하고 재빠르게 이동했다. (참고로 스탠딩티켓큐는 사진에 보이는 건물 뒷편에 있다. 사진 왼쪽 끄트머리에 보이는 아치형의 길로 쭈욱 들어간 다음에 끝에서 오른쪽으로 틀면 보인다. 모르면 물어보는게 장땡)
오페라하우스에서 조금만 위로 올라가면 '게른트너 거리'가 나온다. 빈 중심부에 위치한 보행자 전용 쇼핑·문화거리로 우리나라로 치면 명동, 더블린으로 치자면 그래프턴 스트릿 정도가 되겠다. 빈 서역에 내려 처음으로 받은 느낌이 '정갈함' 이었는데, 이 거리도 역시나 상당히 깔끔했다. 거리 한복판에 노점들이 없어서 그런가, 거리 폭도 넓고 무튼 잘 정돈된 느낌이었다. 듣기로는 이곳에 버스커들도 많다고 했는데, 아직 이른 시간이라 그런가 보이질 않았다.
Fm2와 85.4d로 담은 게른트너 거리의 모습들, 어둠이 드리운 거리의 모습도 기대가 됐다.
게른트너 거리를 따라 위로 쭈욱 올라가면 성슈테판 성당이 나오고 그 뒷 골목에 보면 피그뮐러(Figlmüller)라는 가게가 하나 있는데, 이곳에서 파는 슈니첼이 그렇게 기가 막히다고 한다. 여기가 1호점인데, 우리가 찾아갔을때는 제법 늦은 점심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가게는 이미 풀방, 우린 본점에서 80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2호점으로 향했다.
피그뮐러 2호점 내부의 멋드러진 천장
주문한 슈니첼과 샐러드가 나왔다. 슈니첼의 맛은 딱 얇게 펴 놓은 돈까스 맛, 역시나 밥과 김치가 절실했다. 하지만 저 샐러드는 이외로 상당히 맛있었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는 스테판광장의 한복판에 위치해 있는 오스트리아의 상징, 성슈테판대성당으로 향했다. 슈테판대성당은 오스트리아 역사의 산 증인으로, 처음 지어질 때의 로마네스크양식은 훗날 합스부르크왕가에 의해 고딕양식으로 개축되었고 이후 여러번의 파괴와 재건을 거쳐 오늘날의 모습에 이르렀다고 한다. 특히 2차대전때는 독일군에 의해 거의 다 파괴되고 잿더미만 남았는데도 단 7년만에 복구되었다고 한다. 나중에서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모짜르트의 결혼식과 장례식도 이곳에서 치뤄졌다고 했다. 무튼 오스트리아인의 환희와 슬픔이 공존하는 곳인 것 같았다. 하지만 성당의 외부는 몇 년째 공사중이었고, 내부도 무슨 행사(?) 준비로 인해 자세히 둘러보진 못했다.
성당을 나오니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려 하고 있었다. 우리는 날이 더 어두어지기 전에 호스텔 스탭이 알려준 비장의 코스, 빈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향했다. 직원이 지도에 찍어준 곳으로 가보니 웅장한 성(?) 앞의 큰 공터에서 푸짐한 규모의 크리스마켓이 열려있었다. (나중에 알고 봤더니 그 웅장한 성이 바로 빈 시청사였다.)
인산인해의 크리스마스 마켓! 외국 시장통을 보니 언능 한국 시장가서 오뎅이랑 떡볶이 사먹고싶어진다.
저 뒤로 보이는 건물이 시청사, '와 무슨 이런 웅장한 건물이 지도에도 안나오지?' 했는데 알고봤더니 우리가 잘못보고 있던 것이었음
쉬크하신 아저씨
뭔말하는진 못알아 먹었지만 대충 가격 협상을 하고 있는것 같아 보였다.
아주 장사 잘되던 빵집!
개인적으로 너무 맘에 드는 사진이다. 나중에 딸 낳으면 나도 저렇게 목마태워줘야지.
역시나 쉬크하게 뒤에 서계시다가 부인께서 맘에 드는 모자를 집으시니 거울 보라며 건내주시던 아저씨
"엄마 저거 하나만 사주떼여 ㅠㅠ"
결국 엄마의 허락을 얻어냈다! 뭘 고를지 신중히 고민중인 꼬마아이.
향내음이 상당히 찌이이인한 각종 향초를 팔던 가게
크리스마스 장식인듯?
사람들이 하나같이 요 모양의 컵을 들고 무언가 홀짝홀짝 하길래 뭔가 봤더니 따뜻한 펀치를 마시고 있었다. 뭐가 젤 인기가 많냐고 물어보니 "Christkindl-Martk Punsch"가 잘나간다고 해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바로 선택! 가격은 4유로 + 컵보증금 2.5유로. 이게 무슨 맛인가 하며 홀짝거리고 있으니, 옆에서 참으로 맛있게 담배를 들이키시던 한 여성분께서 이 펀치는 안에 뭐하고 뭐를 넣고 설탕을 그냥 들이 부어서 만든 것이라고 얘기해 주었는데 자세한건 모르겠고 알콜이 들어있어서 그런지 몸도 따뜻해 지는것이 맛도 나름 괜찮았다.
마지막으로 마켓의 전경을 한번 더 담고, 이걸로 빈 크리스마켓 탐방도 끝! 다시 시내의 야경을 담기 위해 왔던 길로 되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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