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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DIARY/2013 Austria

빈(4) - 자허토르테, 오페라 마술피리, 아리랑 (11/20)

동유럽 여행 4일차 - 세계 최고의 문화도시, 빈(Wien)의 문화를 즐기다




 소시지 하면 비엔나, 비엔나 하면 또 소시지 아니겠는가. 미술사 박물관을 나온 우리는 거리에서 파는 소시지 한 번 먹어보잔 생각에 어제 점찍어둔 노점상으로 가서 소시지와 함께 무슨 볶음밥같은걸 주문했다. 근데 뭐 역시 소문난 잔치에 먹을거 없다고, 맛은 한국 소시지랑 다를바 없었다. 허나 양 하나 만큼은 대박이었다. 볶음밥도 소시지도 다 큼직하고 너무 많아서 겨우겨우 다먹었다. 


 음식을 먹으며 요리사 아저씨한테 '우리가 자허 토르테 (Sacher Torte)를 먹으려고 하는데 까페 자허가 어디냐'고 물어봐도 도통 알아먹질 못한다. 알고 봤더니 우리 나라 말로는 '자허' 지만 여기 사람들은 이걸 '싸허'라고 발음하는 것이었다. 여튼 가게는 게른트너 거리 도입부, 국립오페라하우스 바로 맞은편에 있었다. 오페라 스탠딩 티켓은 대충 4시부터 줄을 서면 된다고 했으니 약 1시간가량 시간이 남았다. 가게로 들어가 토르테 + 에스프레소를 주문!










 맛은 분명 일반 초콜릿 케잌과 크게 다를바 없었는데 뭐라할까... 그 달달함이 끝나는 부분에서 다시 시작되는 달콤함? 아 표현이 이상한데 여튼 뭔가 달달한 맛이 입안에 쏴 퍼지다가 끝나갈 때 즈음 한 번 더 옅은 달콤한 맛이 살구잼과 함께 풍겨져 나오는, 한마디로 기똥차게 맛있었다. 이 토르테는 19세기초 오스트리아의 메테르니히가 그의 직속 요리사였던 에드워드 자허에게 빈회의에서 각국의 대표들이 깜짝 놀랄만한 디저트를 준비하라고 해서 만든것이 그 기원이 되었다고 한다. 무튼 잘 만든 디저트 하나가 대대손손에게 축복이 되었다.




 토르테까지 딱 먹고 이제 죽치고 앉아 기다릴 준비 완료! 스탠팅 티켓은 오페라하우스 건물 뒷편에 보면 따로 줄서는 공간이 마련돼 있는데 보통 오후 6시부터 발권해준다고 한다. 그래도 대충 4시에서 5시 사이엔 가야 좋은 자리를 얻을 수 있다고 해서 약 4시쯤 갔는데도 이미 우리 앞에 스무명 가까이 먼저 와있었다. 오페라 티켓은 좌석이 최고가가 200유로 정도 나가는 반면, 스탠딩 티켓은 2층 단돈 4유로, 4층 단돈 3유로... 만원도 안되는 돈으로 세계 최정상급 오페라를 감상할 수 있다. 이미 짬이 찰만큼 차신 몇몇 분들은 접이식 낚시용 의자와 신문 및 기타 읽을꺼리를 뙇 갖고 오셔서 아에 자리를 잡으셨다.   



 여섯시즈음 2층 스탠딩석으로 발권하고 재빠르게 들어갔다. 무대에서 매우 가까운 거리, 가격대비 아주 훌륭하다. 그런데 난 무슨 서울세종문화회관에 온 줄 알았다. 그 좁은 스탠딩홀에 대략 10명이 넘는 한국인들이 있었다. 여기저기 보이고 들리는건 온통 한국인, 한국말 ㅋㅋ 빈에는 참 한국인들이 많은 것 같다.


















 무대도 봐야되고 자막보고 번역도 해야하고 내용도 따라가야되고 머릿속이 터질 것만 같았다. 귀에 익숙한 밤의 여왕 아리아부분, 그 부분만 제외하고는 솔직히 그닥 재미도 감동도 없었다. 역시 난 오페라, 뮤지컬쪽은 잘 안맞는 것 같다.






 오페라하우스를 나와 지하철을 타기 위해 역으로 가는데, 띠용 ㅋㅋ 아시안마켓도 한인타운도 아닌 빈 한복판에서 컵라면을 팔다니! 정확하게 기억은 안나지만 가격은 무쟈게 비쌌다.


 미국의 컨설팅사 머서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세상에서 가장 살기좋은 도시로 빈이 4년 연속 1등을 차지했다고 한다. 정말 그럴만도 하다. 특히 문화쪽으로는 정말 빈을 따라올 만한 곳이 또 있을까싶다. 유럽의 문화 수도라고 불리는 더블린에서 약 3개월 동안 살아보고, 비록 잠깐이지만 세계 최고의 문화도시라 불리는 빈에도 머물러 보니 두 곳은 저마다 양보할 수 없는 각각의 문화적 특색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더블린의 문화를 세 단어로 표현하자면 '함께' '같이' '어울림'의 낱말이 적절할 듯 싶다. 어디서나 쉽게 들을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버스커들이 즐비한 그래프턴 스트릿에서도, 누구나 쉽게 어울릴 수 있는 펍에서도, 전통음악이 울려퍼지는 연주의 장에서도, 함께 탭댄스를 추는 무도장에서도, 더블린은 항상 누군가와 '함께' 무언가를 하려고 한다. 반면 빈은 '화려한' '우아한' '기품있는' 등의 수식어가 어울리는 문화를 품고 있는 것 같다. 깔끔하게 턱시도를 갖춰입고 백색 장갑을 끼고 품위 있게 웃고 걸어야만 할 것 같은. 


 무튼 세계 최고의 문화도시 빈에 왔는데 우리 나라의 전통문화를 선보이지 않을 수 없었다. 빈은 내 아리랑 프로젝트의 두번째 무대가 되었다. 비록 준비도 많이 미흡했고 늦은 시간이라 지나가는 이들도 거의 없었지만 빈의 한복판에서 아리랑을 부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스스로 매우 만족스러웠다. 

   



슈테판플라츠에서 슈테판성당을 배경으로



게른트너 거리를 배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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